항만 크레인과 발전소의 석탄 이송설비는 지금도 작업자가 직접 돌며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점검한다. 고장은 '난 뒤에' 고치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 사이 생산 차질과 작업자 안전이 늘 같은 저울에 올라 있었다1. 그런데 설비의 소리에 운전 데이터를 겹쳐 '평소와 다른 신호'를 현장 기기 안에서 잡아내는 회사가 나왔고, 거기에 MYSC(엠와이소셜컴퍼니)가 약 2억원의 시드 수표를 붙였다1. 법인 설립은 2025년 12월, 연구는 2019년 서울대학교에서 시작한 자일로랩스다1.

서울대 음향 정보분석 연구 → 엣지 예측정비 기기 Xylo-Zero → 항만·발전 공기업 3곳 실증 → 제조·중공업·해운 민간 B2B
약 2억 시드 라운드 · MYSC 투자, 2026년 6월 납입 완료1
3곳 부산항만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중부발전 기술 실증 진행 중1
1대 음향 중심 장치 1대가 주변 복수 설비를 동시에 모니터링1

왜 '소리'였나 — 센서를 설비마다 붙이는 대신, 한 대가 듣는다

예측정비라는 말은 산업계에서 새롭지 않다. 진동 센서를 설비에 붙이고,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고, 임계치를 넘으면 경보를 울리는 방식이 오래 반복돼 왔다. 문제는 그 구조가 설비 수만큼 센서와 배선, 통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항만과 발전소, 제조공장에서 쓰는 대형 설비는 갑작스러운 고장이 생산 차질은 물론 작업자 안전에도 직결되지만, 정작 현장은 작업자가 직접 설비를 점검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1. 비싼 설비일수록 고장은 늦게 발견되고, 늦게 발견될수록 대가는 커지는 구조다.

자일로랩스가 고른 입구는 음향이다. 소리는 접촉 없이 공간으로 퍼지기 때문에, 장치 1대가 주변 복수 설비를 동시에 듣는 구조가 가능하다. 설치와 유지관리 부담이 설비 수에 비례해 늘지 않는다1. 이 선택은 창업자의 이력에서 나온다. 대표 안광석은 서울대학교 융합과학부에서 음향·오디오 정보분석으로 박사를 받았고, 관련 연구는 2019년 서울대에서 시작해 2025년 12월 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1. 본사는 부산 해운대 센텀, 기업부설연구소는 서울 송파에 두고, 팀은 음향·신호 AI, 엣지 하드웨어, ML 플랫폼, 재무·사업전략 인력으로 짜여 있다1. 현장은 부산에, 연구는 서울에 두는 배치 자체가 항만을 첫 시장으로 본다는 신호다.

다만 소리에는 고질적인 약점이 있다. 크레인이 가속하거나 무거운 화물을 들어 올릴 때 소음은 정상적으로 커진다. 이것을 이상 징후로 잡으면 경보는 늘고 신뢰는 떨어진다. 자일로랩스의 답은 음향·진동·온도 신호에 PLC/Drive의 운전 데이터, 즉 가동 여부·속도·부하를 결합해 분석하는 것이다. '지금 이 소리가 부하 때문인지, 고장 때문인지'를 설비의 운전 상태와 대조해 가른다1. 소리를 듣는 회사는 많지만, 설비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까지 같이 읽는 것이 Xylo-Zero의 핵심이다.

세 번째 선택은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다. 음향·진동 데이터는 용량이 크다. 이것을 클라우드로 보내면 통신 비용과 보안 부담이 따라오고, 항만·발전소처럼 통신이 불안정하거나 폐쇄적인 현장에서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자일로랩스는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는 온디바이스(Edge) AI 구조로 현장 기기 안에서 분석을 끝낸다1. 보안과 통신 제약이 가장 센 공기업 현장이 첫 실증 파트너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후 정비 vs 자일로랩스 — 다섯 줄로 보는 차이

영역전통 설비 정비자일로랩스 Xylo-Zero
정비 시점고장 발생 후 수리하는 사후 정비평소와 다른 신호를 먼저 잡아 점검·조치 시점을 알림1
점검 주체작업자가 직접 순회하며 점검AI가 상시 모니터링, 작업자는 조치에 집중1
센서 구조설비마다 개별 센서 부착음향 중심 장치 1대가 주변 복수 설비 커버1
데이터 처리클라우드로 전송 후 분석온디바이스 Edge AI, 대용량 음향·진동 데이터 외부 전송 없음1
오탐 처리소음 변화를 그대로 경보로 처리PLC/Drive 운전 데이터로 정상 소음 변화와 실제 이상을 구분1

표의 오른쪽 열은 세 가지 선택이 서로를 떠받치는 구조다. 음향이라 1대로 여러 설비를 커버하고, 그래서 데이터가 커지며, 그래서 엣지에서 처리해야 하고, 엣지에서 처리하려면 운전 데이터로 오탐을 걸러야 한다. 하나를 빼면 나머지가 흔들린다. 경쟁사가 이 중 하나를 베끼는 것은 쉽지만, 넷을 한 기기 안에 같이 넣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기업 실증장에서 민간 공장으로 — 3단계 확장 경로

  1. 부산신항 크레인에서 검증 부산항만공사와 진행 중인 실증이다. 크레인의 운전상태와 음향 데이터를 함께 읽어 이상 징후를 탐지한다. 가속과 고부하 상황이 잦은 크레인은 운전 데이터 결합의 효과를 시험하기에 가장 까다롭고, 그래서 가장 좋은 시험장이다1.
  2. 발전소 석탄 이송설비로 확장 한국남부발전·한국중부발전과는 석탄 이송설비의 소리로 점검·교체 대상 장치를 식별하는 실증을 진행한다. 길게 이어진 이송 라인은 '1대가 여러 설비를 듣는' 구조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무대다. 크레인이 오탐 처리의 시험이라면, 발전소는 설치 경제성의 시험이다1.
  3. 제조·중공업·해운 민간 B2B 이번 투자금은 AI 기술·제품 고도화, 산업현장 실증 확대, 전문인력 확보에 쓰인다. 공기업 실증 결과를 레퍼런스 삼아 제조·중공업·해운 등 민간 B2B로 넓히는 것이 다음 단계다1. MYSC의 싱가포르 글로벌 프로그램 EMA-MARINE 2026 참여기업 8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것도 해운·항만 쪽 해외 접점을 노린 포석이다2.
"설비가 고장 난 이후 수리하는 사후 정비 방식에서 벗어나, 평소와 다른 신호를 미리 발견해 점검과 조치가 필요한 시점을 알려준다." — 자일로랩스, Xylo-Zero 공식 포지셔닝 요약1

The Bet — MYSC는 2억으로 무엇을 샀나

The Bet

약 2억원은 하드웨어가 붙은 딥테크 시드로는 작은 수표다. 그래서 이 베팅은 '회사를 키우는 돈'이 아니라 '공기업 3곳의 실증이 계약으로 넘어가는지 지켜보는 돈'에 가깝다1. MYSC가 산 것은 세 가지다. 첫째, 2019년부터 쌓인 음향 정보분석 연구가 법인 설립 반년 만에 부산항만공사·남부발전·중부발전 현장에 들어갔다는 실행 속도1. 둘째, 작업자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고객의 구매 논리와 그대로 겹치는 드문 시장1. 셋째, AI 투자금이 범용 모델에서 산업 인프라로 이동하는 흐름 위에 놓인 포지션이다5. 이름에 '소셜'을 단 투자사가 산업 AI 하드웨어에 들어간 이유는, 이 셋이 한 회사에서 겹쳤기 때문이다.

MYSC는 같은 시기 B2B 식품원료 기업 해송물산에도 투자하는 등 초기 B2B 기업에 폭넓게 들어가고 있다4. 자일로랩스는 그 포트폴리오 안에서 가장 기술 밀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그리고 EMA-MARINE 2026 참여기업 8곳 안에 함께 묶인 것은, 투자와 해외 프로그램을 한 묶음으로 설계했다는 뜻이다2.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공기업 실증은 길고, 예산 주기에 묶이며, 실증이 곧 매출을 뜻하지 않는다. 오탐률이나 탐지 정확도, 고장 몇 일 전에 잡아내는지 같은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매출도 마찬가지다. 이 라운드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실증에서 계약으로' 넘어가는 전환율에서 갈린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실증 → 정식 도입 전환 부산항만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중부발전 세 곳 중 한 곳이라도 실증을 넘어 정식 도입이나 유료 계약으로 이어지는지가 첫 번째 지표다. 공기업 레퍼런스 하나가 제조·중공업 민간 영업의 문을 연다1.
  2. 탐지 성능의 수치 공개 운전 데이터 결합이 오탐을 얼마나 줄이는지, 이상 징후를 얼마나 앞서 잡는지가 아직 숫자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 수치가 나오는 순간이 회사에 가격 협상력이 생기는 순간이다.
  3. 싱가포르 프로그램의 결과와 다음 라운드 EMA-MARINE 2026에서 해운·항만 해외 파트너를 확보하는지, 그 결과를 안고 Pre-A 이상의 라운드로 넘어가는지를 본다. 다음 라운드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2.
결국 자일로랩스는 설비에 달아 줄 귀를 판다.
그 귀가 공기업 실증장을 벗어나 민간 공장 벽에 걸리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