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자율주행 기기를 만드는 회사는 오랫동안 선택지가 하나였다. 엔비디아 칩을 사고 그 위에 AI 를 올리는 것이다. 퀄컴·AMD·Arm 칩으로 비용을 낮추고 싶어도, 센서 영상과 AI 모델을 함께 처리해 줄 소프트웨어가 없었다1. 그 빈칸을 '칩에 묶이지 않는 런타임'으로 메우겠다는 GPU 엔지니어들의 회사 Vistrata에 서울대학교기술지주가 시드 투자를 집행했고,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15.

GPU 저수준 제어 팀 → 칩 독립 AI 런타임 → 제로카피 밀리초 반응 → 로봇·자율주행 표준 플랫폼
Seed 서울대학교기술지주 투자 · 금액 비공개1
1/1,000초 제로카피 파이프라인 반응 단위 · 회사 발표1
10년+ 창업팀 GPU 제어·머신러닝 최적화 경력1

왜 '엔비디아 밖'이었나 — 칩 값이 아니라 중간층의 부재가 병목이었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공통점은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카메라와 센서에서 들어온 영상을 AI 모델이 읽고, 그 판단이 곧바로 모터와 조향 제어로 이어져야 한다. 이 과정은 클라우드가 아니라 기기 안에서, 끊김 없이 돌아가야 한다. 이런 기기가 늘면서 제조사들은 엔비디아 외에 퀄컴·AMD·Arm 기반 칩을 쓰려는 수요를 키워 왔다1. 차인환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특정 칩에 대한 의존에서 오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다1.

문제는 칩을 바꾸는 순간 소프트웨어가 빈다는 것이다. 바이스트라타의 설명에 따르면 엔비디아 칩이 아닌 환경에서는 AI 모델과 카메라 같은 센서의 영상 데이터를 함께 처리해 주는 전용 소프트웨어가 부족했다1. 모델만 돌리는 것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센서 영상을 받아 모델에 넣고 그 결과로 기기를 제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하드웨어 선택지는 여럿인데, 센서와 모델을 한 경로로 묶어 주는 층은 사실상 한 벤더에만 있었다. 칩 가격이 아니라 이 중간층의 부재가 피지컬 AI 의 진짜 병목이라는 진단이다.

바이스트라타가 메우려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회사는 특정 제조사 칩에 묶이지 않고 여러 종류의 GPU 에서 AI 모델을 돌리는 기술을 개발했다1. AI 모델과 칩 사이에서 모델 실행을 맡는 소프트웨어 계층, 회사 표현으로는 런타임 레이어다1. 이번 투자금의 첫 번째 용처도 이 계층의 개발이다1.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이 회사를 피지컬 AI 핵심 기술 보유 기업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표준 플랫폼을 타깃으로 한다고 밝혔다5.

이 베팅의 근거는 팀이다. 공동창업자들은 GPU 제어와 머신러닝 최적화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 엔지니어들이다1. 박한길 공동대표(CTO)는 KAIST 박사 출신으로 펄어비스와 넷마블에서 GPU 그래픽 처리를 연구했고, 김형규 공동대표는 삼성테크윈과 서울대 정밀기계연구소에서 기기 내장형 소프트웨어와 AI 를 다뤘다1. 게임 그래픽에서 GPU 를 프레임 단위로 다루던 경험과, 임베디드 기기의 제약 안에서 AI 를 돌리던 경험이 한 회사에 모인 셈이다. 차인환 대표가 '진입장벽이 높은 GPU 저수준 제어 기술'이라고 부른 것이 바로 이 조합이다1.

기존 스택과 무엇이 다른가 — 복사 한 번이 곧 지연이다

차이는 칩 종류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이스트라타는 센서에서 들어온 데이터가 AI 의 판단을 거쳐 기기 제어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데이터를 중간에 복사하지 않고 GPU 메모리 안에서 바로 처리하는 제로카피 방식을 적용했다1. 복사 과정에서 생기는 지연을 줄여 로봇과 자율주행 기기가 1,000분의 1초 단위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1.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제동을 거는 사이, 로봇 팔이 물체를 잡는 사이에 데이터가 몇 번 복사되느냐가 곧 반응 속도를 결정한다는 논리다.

영역기존 로봇·자율주행 AI 스택바이스트라타 런타임
실행 칩엔비디아 단일 벤더에 사실상 종속엔비디아 외 퀄컴·AMD·Arm 등 복수 GPU1
센서·모델 통합비엔비디아 환경은 전용 소프트웨어 부재센서 영상과 AI 모델을 한 계층에서 처리1
데이터 경로센서→AI→제어 사이 중간 복사 발생GPU 메모리 안 제로카피1
반응 속도복사 단계마다 지연 누적1/1,000초 단위 반응 · 회사 발표1
비용 구조특정 칩 의존으로 비용 부담 고정칩 선택권 확보로 의존 비용 완화1

표의 오른쪽 열은 아직 대부분 회사의 설명이다. 어떤 칩에서 어떤 센서 구성으로 측정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왼쪽 열의 문제, 즉 비엔비디아 환경의 소프트웨어 공백 자체는 투자사도 같은 언어로 인정했다1. 문제 정의에는 양쪽이 합의했고, 해법의 증명은 이제부터라는 뜻이다.

어떻게 작동하나 — 세 겹의 설계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스트라타의 구조를 세 층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세 층 모두 이번 투자금의 용처와 맞물려 있다1.

  1. 칩 추상화 특정 제조사 칩에 묶이지 않도록 여러 종류의 GPU 위에서 같은 AI 모델을 실행한다. 모델과 칩 사이에 런타임 레이어를 두는 방식이며, 이번 투자금의 첫 번째 용처도 이 계층의 개발이다1. 칩이 바뀌어도 위의 모델과 아래의 센서 경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목표다.
  2. 제로카피 파이프라인 센서 수신, AI 판단, 기기 제어까지의 데이터를 중간 복사 없이 GPU 메모리 안에서 처리한다. 복사 과정에서 생기는 지연을 제거해 1,000분의 1초 단위 반응을 노린다1. 게임 그래픽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서 쌓은 저수준 메모리 제어 경험이 직접 쓰이는 지점이다1.
  3. 현장 검증 국내외 로봇·자율주행 기업과의 협력 검증을 늘리는 데 투자금을 쓴다1. 런타임은 실제 기기 위에서 돌아가야 증명되므로, 고객사의 칩과 센서 조합마다 검증 사례를 쌓는 단계다. 서울대학교기술지주가 언급한 글로벌 표준 플랫폼이라는 목표도 이 검증이 해외로 이어져야 성립한다5.
"특정 칩에 대한 의존에서 오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여러 칩을 지원하는 AI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다. 바이스트라타는 진입장벽이 높은 GPU 저수준 제어 기술을 갖춘 팀이다." — 차인환,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대표1

The Bet — 서울대기술지주는 무엇을 샀나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최근 인비보 CAR-T 개발사 엠브릭스, 금융 AX 솔루션의 관악연구소 등에 연달아 투자했다34. 바이오와 금융 AI 에 이어 피지컬 AI 의 가장 낮은 층, 즉 칩과 모델 사이를 포트폴리오에 넣은 셈이다.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시드라는 점에서 이 거래는 수치보다 팀과 타이밍을 산 것으로 읽힌다1.

The Bet

베팅의 핵심은 런타임이라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의 희소성이다. 크로스플랫폼 AI 실행은 누구나 원하지만, GPU 를 저수준에서 직접 제어하면서 센서 데이터의 경로까지 메모리 단위로 설계할 수 있는 팀은 드물다. 차인환 대표가 굳이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이라고 명시한 이유다1. 타이밍도 겹친다.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기기가 늘고 특정 칩 의존 비용을 줄이려는 수요가 커지는 지금이 아니면, 이 중간층은 결국 칩 벤더가 직접 채우게 된다1.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칩 제조사들이 자체 소프트웨어 스택을 강화하면 독립 런타임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엔비디아가 가격을 내리면 '칩을 고를 자유'의 가치 자체가 줄어든다. 바이스트라타가 이기려면 다음 라운드 전에 '어느 칩에서든 같은 밀리초'를 제3자의 기기 위에서 증명해야 한다.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그 증명이 가능한 팀이라는 데 돈을 걸었다15.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지원 칩 레퍼런스 퀄컴·AMD·Arm 가운데 어느 칩에서 런타임이 실제 기기에 올라갔는지 공개되는가. 지금은 '여러 종류의 GPU' 라는 표현만 있을 뿐, 칩별 지원 범위와 성능 편차는 공개되지 않았다1.
  2. 협력 검증의 결과물 국내외 로봇·자율주행 기업과의 협력 검증이 이름 있는 고객 사례나 제3자 벤치마크로 이어지는가. 1,000분의 1초 반응은 아직 회사 발표 수치이며, 특정 칩과 센서 조합에서의 측정값은 나오지 않았다1.
  3. 다음 라운드의 공개 범위 시드 금액이 비공개였던 만큼, 후속 라운드에서 금액·투자자·해외 파트너가 공개되는지가 '글로벌 표준 플랫폼' 이라는 목표의 첫 검증대다15. 해외 로봇·자율주행 기업의 이름이 붙는 순간 이 회사의 티어가 바뀐다.
결국 바이스트라타는 칩이 아니라 칩을 고를 자유를 판다.
그 자유에 처음으로 값을 치를 로봇 회사가 누구인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