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를 이야기할 때 업계는 오랫동안 두 진영만 봐 왔다. 로봇의 몸을 만드는 쪽과, 로봇의 두뇌가 될 모델을 만드는 쪽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어떤 두뇌든 어떤 몸에든 꽂히게 하는 통로"를 자처한 회사가 나왔고, 거기에 정부가 450억원·4년 5개월짜리 검증대를 붙였다1.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아크릴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NIPA 의 피지컬 AI 국책과제에 공동연구기관으로 들어간 배경이다1.

이기종 로봇 표준 연결 로봇 AI 모델 학습·실행 지원 데이터 자동 수집·성능 인증 배치 로봇 수 기반 구독
650억 총사업비 · 정부 지원 450억원, 2026년 8월~2030년 12월1
18개 참여 기업·대학·연구기관 · 주관 성균관대 산학협력단1
7종+ 2030년까지 연결 목표 이기종 로봇 · 로봇팔·자율이동로봇·휴머노이드1

왜 '연결 계층'이었나 — 두뇌도 몸도 늘어나는데, 통로가 비어 있었다

과제명은 '이기종 협업 피지컬 AI 특화 기반모델 연구개발'이다1. 이름 그대로 목표는 로봇용 기반모델을 만드는 것이고, 주관은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참여 기관에는 KAIST·서울대·레인보우로보틱스·현대위아 가 있다1. 대학이 모델을 연구하고, 로봇 회사가 몸을 대고, 제조 대기업이 현장을 여는 구도다. 이 컨소시엄에서 아크릴이 맡은 일은 셋 중 어느 것도 아니다. 컨소시엄이 만든 로봇용 AI 모델을 형태와 제조사가 제각각인 실제 로봇에 연결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역할이다1.

왜 이 자리가 필요한지는 피지컬 AI 의 구조를 보면 드러난다. 영상과 언어를 이해해 로봇 동작을 만들어 내는 모델은 학습 단계에서는 한 덩어리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관절 수·센서 구성·통신 방식이 다른 로봇마다 따로 붙여야 한다. 모델이 하나 늘 때마다, 로봇 기종이 하나 늘 때마다 통합 작업은 곱셈으로 불어난다. 아크릴이 개발하는 조나단 PAI(Jonathan PAI) 는 바로 이 곱셈을 덧셈으로 바꾸는 계층이다1. 모델의 학습과 실행을 지원하고, 로봇과 실시간으로 통신하는 장치를 두고, 여러 종류의 로봇을 같은 방식으로 연결하는 표준 인터페이스를 만든다1.

이 검증대의 성격도 짚을 필요가 있다. 과제 기간은 2026년 8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4년 5개월이고, 총사업비 약 650억원 가운데 정부 지원금이 450억원이다1. VC 라운드와 달리 이 돈은 지분을 가져가지 않는 대신 성과지표로 갚아야 한다. 연구개발계획서는 이 플랫폼으로 실제 연결해 제어할 수 있는 로봇 수를 과제의 주요 성과지표 가운데 하나로 정했다1. 목표는 2030년까지 형태·관절 수·센서 구성이 다른 로봇 7종 이상이고, 대상에는 산업용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 휴머노이드가 포함된다1. 국가 과제의 KPI 가 곧 아크릴 제품의 KPI 인 셈이다. 아크릴은 앞으로 4년 넘게 '몇 종을 붙였는가'로 평가받는다.

아크릴의 위치를 한 번 더 굳히는 장치가 운영위원회다. 아크릴은 과제 예산과 일정, 성과목표를 조정하는 운영위원회에도 들어갔다1. 18개 기관 가운데 연결 계층을 맡은 회사가 예산·일정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은, 이 과제가 "모델만 잘 만들면 된다"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뜻이다. 정부 지원 450억원이 어디에 쓰일지를 조정하는 자리에, 로봇도 두뇌도 만들지 않는 회사가 있다1.

로봇별 개별 통합 vs 조나단 PAI — 무엇이 달라지나

기존 제조 현장에서 로봇에 새 AI 모델을 얹는 일은 기종별 프로젝트였다. 제조사 전용 인터페이스에 맞춰 통합하고, 다른 기종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했다. 아크릴이 과제에서 만들겠다고 밝힌 구성 요소를 그 관행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보인다1.

영역로봇별 개별 통합아크릴 조나단 PAI
연결 방식제조사·기종마다 별도 통합여러 종류 로봇을 같은 방식으로 연결하는 표준 인터페이스1
모델 실행기종별로 모델을 다시 얹음모델 학습·실행 지원 계층 + 실시간 통신 장치1
데이터 수집현장별 수동 로깅로봇 조작 데이터 자동 수집 체계1
성능 검증공급사 자체 시연로봇 성능 비교 평가 기준 · 제3자 성능 인증1
과금 구조프로젝트 단위 용역배치한 로봇 수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구독형 라이선스1

표의 왼쪽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비용 구조 문제다. 로봇이 7종이면 통합도 7번이었다. 오른쪽은 연결을 한 번 만들어 두고 로봇 수만큼 과금하는 구조다. 로봇 AI 모델과 로봇 기종이 늘어날수록 연결 계층의 가치는 커진다는 박외진 대표의 말은, 이 표의 오른쪽 열이 왼쪽 열을 대체할 때 비로소 성립한다1.

조나단 PAI 는 어떻게 돈이 되나 — 연결에서 구독까지 세 단계

  1. 연결로 발을 걸친다 표준 인터페이스와 실시간 통신 장치로 산업용 로봇팔·자율이동로봇·휴머노이드를 같은 플랫폼에 붙인다1. 과제 안에서 목표 기종은 7종 이상이고, 이 연결 자체가 로봇 연결 라이브러리라는 상품이 된다1.
  2. 학습·실행·데이터로 머문다 영상과 언어를 이해해 동작을 만드는 로봇 AI 모델의 학습과 실행을 플랫폼이 지원하고, 로봇 조작 데이터를 자동으로 모은다1. 모델이 바뀌어도 로봇을 다시 연결할 필요가 없다면, 현장은 플랫폼을 떼어 낼 이유가 사라진다.
  3. 인증·구독으로 수익화한다 로봇 성능을 비교하는 평가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제3자 성능 인증 서비스로 판다1. 과금은 배치한 로봇 수에 따라 매기는 구독형 라이선스다1. 현장에 로봇이 늘수록 아크릴 매출이 따라 늘도록 설계된 구조다.

세 단계는 과제 종료 시점이 아니라 과제 진행 중에 실증 현장에서 시험된다. 개발한 기술은 식품과 자동차부품, 상용차, 금속가공 등 제조 현장에서 실증하고, 세포치료제(CAR-T) 제조공정의 시료 처리와 여러 로봇의 협업 운영도 실증 대상이다1. 제조 라인과 바이오 공정이 한 플랫폼 아래 놓이는 것 자체가 '이기종'의 범위를 보여 준다. 이를 위해 로봇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플랫폼, 현장 실증 분야 연구인력 5명도 새로 뽑는다1.

"아크릴은 로봇을 만들지도, 로봇의 두뇌를 만들지도 않는다. 모든 두뇌가 모든 로봇에 도달하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 박외진, 아크릴 대표1

The Bet — 정부가 산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중립성'이다

The Bet

피지컬 AI 국책과제가 연결 계층을 별도 역할로 떼어 내고, 그 자리에 로봇도 모델도 만들지 않는 회사를 앉힌 것이 이번 베팅의 핵심이다1. 로봇 제조사가 연결 계층을 쥐면 자사 기종에 유리해지고, 모델 개발사가 쥐면 자사 모델에 유리해진다. 18개 기관이 4년 5개월 동안 한 플랫폼에 모델과 로봇을 올리려면, 그 플랫폼은 어느 쪽 편도 아니어야 한다1. 정부 지원 450억원과 운영위원회 자리는 그 중립성에 대한 대가다1. 아크릴 입장에서 이 과제는 2030년까지 로봇 7종과 식품·자동차부품·상용차·금속가공·CAR-T 공정이라는 실증 무대를 국가 예산으로 확보한 레퍼런스 공장이다1. 과제가 끝날 때 남는 것은 논문이 아니라, 연결 라이브러리와 인증 기준, 그리고 로봇 수대로 과금해 본 실적이다1. 이 베팅이 틀리는 경우는 하나다. 컨소시엄의 모델이 실제 로봇에 붙지 않아 '연결 로봇 수'라는 지표가 채워지지 않을 때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실제로 연결된 로봇 기종 수 과제의 주요 성과지표는 플랫폼으로 실제 연결해 제어할 수 있는 로봇 수다1. 2030년 목표 7종 가운데 첫 해에 몇 종이, 어떤 유형(로봇팔·자율이동로봇·휴머노이드)이 붙는지가 연결 계층 주장의 첫 증거가 된다1.
  2. 실증 현장의 착수 순서 식품·자동차부품·상용차·금속가공 제조 현장과 CAR-T 시료 처리 가운데 어디가 먼저 돌아가는지 본다1. 제조 라인 실증과 바이오 공정 실증이 같은 플랫폼에서 돌아간다면 '이기종' 주장은 검증된 것이다.
  3. 과제 밖 상품화 신호 로봇 연결 라이브러리·제3자 성능 인증·구독형 라이선스가 컨소시엄 외부 고객에게 팔리는지가 관건이다1. 연구인력 5명 채용이 실제 완료되는지도, 과제를 실행할 체력의 지표다1.
결국 아크릴은 로봇도, 두뇌도 아닌 통로를 판다.
그 통로에 7종의 로봇이 실제로 지나가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