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검사는 오랫동안 '겉'을 보는 일이었다. 표면과 회로 패턴을 훑는 동안, 칩과 칩·웨이퍼와 웨이퍼가 맞붙는 접합면은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았다. 소자가 위로 쌓이기 시작하면서 그 사각지대가 수율을 좌우하는 자리가 됐고, 이곳을 초음파로 들여다보는 장비를 파는 회사가 인천 송도에 있다. 엠아이티는 2025년 매출 149억원·영업이익 17.8억원을 찍은 채, 삼성증권을 대표주관사로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냈다1.
왜 '초음파'였나 — 적층이 표면 검사를 무력화했다
반도체가 더 빠르고 더 촘촘해지는 방식은 한동안 '가로'였다. 회로 선폭을 줄이고 웨이퍼 한 장에 더 많은 칩을 새기는 경쟁이었고, 검사장비도 그 평면을 얼마나 정밀하게 보느냐로 승부했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산업은 고성능·고집적화와 함께 소자의 적층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개별 칩과 웨이퍼뿐 아니라 칩과 칩, 웨이퍼와 웨이퍼, 패키지와 기판 사이의 접합 품질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졌다1. 결함이 표면이 아니라 층과 층 사이에 숨는 구조가 된 것이다.
층 사이를 보려면 빛으로는 부족하다. 광학이 표면의 패턴을 읽는다면, 초음파는 층의 두께와 경계를 읽는다. 초음파는 물질 내부를 투과하다 계면에서 반사되는 성질이 있어, 접합부의 미세한 공극이나 박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결함을 잡아내는 데 쓰인다. 2017년 설립된 엠아이티가 웨이퍼와 칩, 패키지의 내부 결함을 검사하는 자동 초음파 검사장비에 집중해 온 이유가 여기 있다1. 적층이 기본값이 되는 순간, '내부를 보는 장비'는 선택지가 아니라 공정의 필수 관문이 된다.
문제는 속도였다. 초음파 검사는 프로브가 시료 위를 훑으며 신호를 모으는 방식이라, 정밀도를 높일수록 한 장을 검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연구실 계측으로는 충분해도 양산 라인의 처리량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이 방식의 오래된 약점이었다. 엠아이티는 다수의 초음파 프로브를 동시에 구동하는 멀티프로브(Multi-Probe) 기반 기술로 검사 속도와 처리량을 끌어올렸고, 이 장비는 기존 고객사의 양산 공정에 적용되고 있다1.
양산 적용이라는 한 줄이 중요하다. 검사장비는 데모에서 통과해도 실제 라인에 들어가 수율 데이터와 함께 굴러가야 매출이 된다. 지난해 매출 149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이라는 숫자는 그 관문을 이미 통과했다는 뜻이다1. 단순 계산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12%다. 순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7월에 한국거래소 지정 전문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고5, 두 달 뒤인 9월 21일 청구서를 냈다1. 기술특례 상장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를 먼저 통과해야 청구로 넘어가는 구조라, 이 두 달은 회사가 예정된 절차를 지체 없이 밟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기술특례 트랙에 선 회사가 이미 흑자라는 점이, 이번 청구를 다른 기술특례 청구와 구분 짓는다.
단일 프로브 검사 vs 엠아이티 — 무엇이 달라졌나
초음파 검사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차이는 그것을 양산 라인의 속도와 폼팩터에 맞춰 어떻게 재구성했느냐에 있다.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전통적인 초음파 검사 운용과 엠아이티의 접근을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다. 왼쪽 열은 특정 회사가 아니라 이 방식이 오래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요약한 것이다.
| 영역 | 전통 초음파 검사 | 엠아이티 |
|---|---|---|
| 검사 대상 | 개별 웨이퍼·칩 단위 | 칩-칩 · 웨이퍼-웨이퍼 · 패키지-기판 접합부까지1 |
| 프로브 구성 | 단일 프로브 순차 스캔 | 다수 프로브 동시 구동 멀티프로브1 |
| 처리량 | 정밀도와 속도의 트레이드오프 | 검사 속도·처리량 향상 · 양산 공정 적용1 |
| 적용 폼팩터 | 특정 시료 형태에 맞춘 개별 장비 | 웨이퍼·칩·패키지를 아우르는 자동 검사장비1 |
| 생산 기반 | 소량 주문 제작 | 2025년 3월 인천 송도 이전 · CAPA 확대1 |
표의 왼쪽은 이 산업이 오래 써 온 방식이고, 오른쪽은 회사가 공개한 사실만으로 채웠다. 회사 홈페이지 기준으로 제품군은 수동형·기판·웨이퍼·첨단 패키지·파워 모듈로 나뉘어, 검사 대상의 형태별로 장비를 따로 두는 구조다. 회사는 늘어나는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본사를 인천 송도로 옮기고 제조 생산능력을 확대했다고 밝혔다1. 프로브 수를 늘려 처리량을 확보한 것이 기술이라면, 송도 이전은 그 기술을 수주로 바꾸는 물리적 준비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 세 단계
상장 청구는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2017년 설립부터 2026년 청구까지의 9년을 세 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1.
- 내부 결함이라는 좁은 문을 골랐다 창업 시점부터 엠아이티는 표면이 아니라 웨이퍼·칩·패키지의 내부 결함을 겨냥했다1. 광학 검사가 주류인 시장에서 초음파를 고른 것은 당시엔 좁은 선택이었지만, 적층이 산업 전체의 방향이 되면서 그 좁은 문이 넓어졌다. 시장이 회사 쪽으로 움직인 셈이다.
- 멀티프로브로 양산 속도를 맞췄다 초음파의 약점은 늘 속도였다. 다수의 프로브를 동시에 구동하는 멀티프로브 기술로 검사 속도와 처리량을 끌어올렸고, 장비가 기존 고객사의 양산 공정에 들어갔다1. 이 시점부터 회사는 계측기 회사가 아니라 공정 장비 회사가 됐다. 검사장비의 매출은 라인에 들어간 뒤부터 반복된다.
- 흑자 위에서 상장 트랙을 밟았다 2025년 매출 149억원·영업이익 17.8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해 3월 인천 송도로 본사를 옮겨 생산능력을 키웠다1. 2026년 7월 한국거래소 지정 전문평가기관의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고5, 9월 삼성증권을 대표주관사로 기술특례 방식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1.
세 단계의 공통점은 '검증을 먼저 통과하고 다음 문을 열었다'는 순서다. 양산 적용이 매출을 검증했고, 매출이 생산능력 확대를 정당화했으며, 기술성 평가가 상장 청구의 자격을 만들었다. 회사가 발표문에서 반복하는 단어가 '검증'과 '고객 기반'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1.
The Bet — 왜 '흑자 위의 A등급'이 티어를 바꿨나
기술특례 상장은 보통 '기술은 있으나 실적은 아직'인 회사가 택하는 경로로 읽힌다. 엠아이티는 그 경로에 영업이익 17.8억원과 기술성 평가 A등급을 동시에 들고 들어왔다15. 기술특례로 들어온 회사에 시장이 던지는 첫 질문은 '언제 돈을 버느냐'인데, 엠아이티는 그 질문을 청구 전에 답해 놓았다. 시장이 사야 하는 베팅은 두 겹이다. 첫째, 적층화가 진행될수록 칩-칩·웨이퍼-웨이퍼·패키지-기판 접합부 검사가 공정의 병목이 되고, 멀티프로브 처리량이 그 병목을 푸는 표준이 된다는 것이다1. 둘째, 이미 양산에 들어간 기존 고객사 실적이 국내외 신규 고객사의 평가·검증을 통과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1. 반대편 리스크도 분명하다. 고객사 수와 매출 집중도는 공개되지 않았고, 글로벌 검사장비 시장에는 초음파 계측 이력이 긴 해외 업체들이 버티고 있다. 회사가 밝힌 로드맵은 적층 반도체와 첨단 패키지 분야의 검사 성능을 고도화하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1. 이 베팅이 맞는다면 엠아이티는 '국내 양산 라인의 검사 관문'에서 '적층 반도체의 검사 표준'으로 티어가 바뀐다. 틀린다면, 149억원은 소수 고객사에 묶인 숫자로 남는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청구서 제출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공개 검증의 시작이다. 상장 심사가 회사의 과거를 검증한다면, 아래 세 지표는 회사의 다음 12개월을 검증한다.
- 예비심사 승인과 공모 일정 청구서는 냈지만 심사 결과와 공모 시점은 아직 없다1. 기술특례 트랙에서 A등급과 흑자를 함께 제시한 사례가 거래소 심사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가 첫 관문이다. 증권신고서가 나오면 고객사 구성과 수주 잔고도 처음 공개된다.
- 신규 고객사의 평가·검증이 수주로 바뀌는가 회사는 국내외 신규 고객사를 대상으로 장비 평가와 기술 검증, 수주 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1. '기존 고객사 양산 적용'이 '복수 고객사 양산 적용'으로 바뀌는 순간이 고객 집중 리스크가 지워지는 순간이다. 특히 해외 고객사의 첫 양산 계약이 나오는지 본다.
- 송도 CAPA 가동률과 2026년 매출 성장률 2025년 3월 생산능력을 확대한 뒤 첫 온전한 회계연도가 2026년이다1. 늘린 생산능력이 매출로 채워지는지, 약 12%의 영업이익률이 규모가 커진 뒤에도 유지되는지가 상장 이후 밸류에이션의 근거가 된다. 적층 반도체·첨단 패키지 검사 성능 고도화 로드맵의 진척도 함께 본다1.
그 접합면이 국내 양산 라인을 넘어 해외 고객사 라인까지 이어지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