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서 초대형 선박 블록은 아직 사람이 걸으며 지킨다. 블록을 실은 트랜스포터 옆에서 신호수가 작업자와 장애물, 주행 환경을 눈으로 확인하고 안전한 이동을 유도한다. 그 신호수의 일을 자율주행 로봇으로 옮기는 국책 과제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자율주행 운송차량 11대를 운영하던 whereable.ai가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들어갔다. 정부지원 190억원·42개월, 같은 테이블에는 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이 앉아 있다1.

실내 여객 모빌리티 linq 인천공항 11대 상용 운영 조선소 Escort Bot 국책 R&D 산업물류 자율주행 플랫폼
190억 정부지원 규모 · 42개월 · 산업부·KEIT 조선해양산업기술개발사업1
4사 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 참여 · 현대무벡스 주관1
11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자율주행 운송차량 상용 운영1

왜 조선소였나 — 도로에서 가장 먼 곳이 자율주행의 가장 어려운 시험장이다

자율주행의 상용화 서사는 오랫동안 도로 위에 있었다. 차선과 신호, HD맵이라는 정형화된 인프라를 전제로 규칙을 쌓는 방식이다. 조선소는 그 반대편 끝에 있다. 대형 특수차량과 작업자가 한 공간에 혼재하고, 블록이 하나 옮겨질 때마다 주행 환경 자체가 바뀐다1. 신호수라는 직무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비정형성이다. 사람이 걸으며 봐야 하는 현장은, 그만큼 기계가 보기 어려운 현장이다.

이번 과제의 정식 명칭은 '스마트 선박 제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초대형 블록 운반용 지능형 자율주행 트랜스포터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추진하는 2026년 조선해양산업기술개발사업의 한 과제로, 현대무벡스가 주관하고 한화오션·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사와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한다. 수행기간은 총 42개월, 정부지원 규모는 190억원이다. 목표는 초대형 블록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국내와 미국 조선소 현장에서 실증하는 것이다1.

과제명에 '스마트 선박 제조 패러다임 전환'이 붙은 것은 블록 운반을 단순 물류가 아니라 제조 공정의 일부로 본다는 뜻이다. 초대형 블록의 운송 과정은 조선소의 안전성과 효율성 양쪽에 걸려 있고, 이번 과제 역시 그 둘을 함께 높이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1. 국내 조선 4사가 개별 야드의 개선이 아니라 하나의 국책 과제로 묶여 들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랜스포터 한 대의 자동화가 아니라, 블록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과제다.

웨어러블에이아이가 맡은 조각은 트랜스포터 본체가 아니다. 그 옆을 따라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 Escort Bot이다. 트랜스포터와 함께 이동하면서 주변 환경과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운송 작업의 안전을 지원하도록 설계된다1. 거대 장비의 '운반'은 조선·물류 장비사가 쥐고, 그 주변의 '인지'만 떼어내 스타트업에 맡긴 분업 구조다. 조선사가 이미 잘하는 것과 조선사 안에 없는 것을 정확히 가른 셈이다.

여기서 웨어러블에이아이가 내세우는 자산은 도로 주행 데이터가 아니다. 회사는 HD맵과 사전 규칙 없이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경로를 계획하는, 하드웨어·AI·운영을 통합한 풀스택 로보틱스 플랫폼을 표방한다5. 정형화된 도로와 달리 대형 특수차량과 작업자가 혼재하고 주행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조선소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1. 공항 터미널에서 검증한 '지도 없는 인지'를 조선소 야드로 옮기겠다는 뜻이다. 도로 자율주행 회사가 조선소로 오려면 전제를 버려야 하지만, 이 회사는 애초에 그 전제 없이 출발했다.

신호수 vs Escort Bot — 블록 운송 현장의 안전 유도는 어떻게 달라지나

비교의 기준점은 트랜스포터가 아니라 그 옆의 사람이다. 지금 조선소에서 대형 블록이 움직일 때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차량 주변의 작업자와 장애물, 주행 환경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신호수다1. Escort Bot은 이 신호수 안전 유도 업무의 자동화를 목표로 하며, 그 차이는 아래 다섯 영역에서 드러난다. 왼쪽 열은 현재 신호수가 맡고 있는 역할을, 오른쪽 열은 웨어러블에이아이가 공개한 설계 방향을 옮긴 것이다15.

업무 영역 기존 블록 운송 현장 Escort Bot 적용 현장
안전 유도 주체 신호수가 트랜스포터 주변에서 직접 유도 트랜스포터와 함께 이동하는 자율주행 로봇1
주변 인지 작업자·장애물·주행 환경을 사람이 지속 확인 주변 환경·위험요소를 AI가 실시간 인지1
환경 전제 사람의 경험과 현장 감각에 의존 HD맵·사전 규칙 없이 실시간 경로 계획5
검증 무대 조선사별 개별 현장 조선 4사 공동 과제 · 국내·미국 조선소 실증1
기술 출처 조선소 내부 운영 노하우 인천공항 11대 상용 운영에서 검증된 풀스택15

표의 오른쪽 열이 뜻하는 것은 사람의 확인을 기계의 인지로 바꾸는 일이다. 웨어러블에이아이가 강조하는 지점도 정형화된 도로와 다른 환경에서의 '안정적 운용'이다1. 이것이 조선소에서 검증되면, 대형 장비와 사람이 섞여 움직이는 다른 산업 현장으로 같은 인지 레이어를 옮길 논리가 생긴다. 회사가 이번 참여를 '산업물류로 사업 확대'로 규정한 이유다1.

공항에서 조선소까지 — 세 단계로 쌓아 온 현장 자율주행

이 회사가 조선소 과제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경로는 세 단계로 정리된다. 순서가 중요하다. 도로에서 시작해 실내로 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도가 없는 곳에서 출발했다5.

  1. 대형 실내 공간에서 시작했다 첫 제품 linq는 대형 실내 공간용 자율주행 여객 모빌리티다. HD맵과 사전 규칙 없이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경로를 계획하는 구조로, 하드웨어와 AI, 운영을 하나로 묶은 풀스택 로보틱스 플랫폼을 표방한다5. 사람이 무질서하게 오가는 실내를 첫 무대로 고른 것이 이후 확장의 전제가 됐다.
  2. 인천공항에서 상용 운영으로 검증했다 회사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자율주행 운송차량 11대를 운영하며 대규모 실내공간에서의 상용 자율주행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1. 시연이 아니라 운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2026년 4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초격차 스타트업 모빌리티 분야에 선정됐고, 홈페이지에는 QUAD Ventures·NAVER D2SF·POSTECH Holdings·LG·인천국제공항이 파트너·투자사로 게시돼 있다5. 고객인 인천국제공항이 파트너 목록에 함께 올라 있다는 것은, 이 회사의 레퍼런스가 계약서가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현장이라는 뜻이다.
  3. 조선소로 산업물류를 열었다 이번 과제에서 웨어러블에이아이는 AI 기반 자율주행 풀스택 기술과 실제 현장 운영 경험을 Escort Bot에 적용할 계획이다1. 여객 모빌리티에서 산업물류로, 첫 확장의 비용을 국책 R&D가 지불하는 구조다. 42개월 뒤 국내와 미국 조선소에서 실증이 끝나면, 회사는 두 개의 버티컬에서 운영 이력을 가진 로보틱스 회사가 된다.
"HD맵도 사전 규칙도 없이,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경로를 계획하는 하드웨어·AI·운영 통합 풀스택 로보틱스 플랫폼." — 웨어러블에이아이 공식 포지셔닝5

The Bet — 왜 조선 4사가 스타트업을 같은 테이블에 앉혔나

The Bet

조선사에는 트랜스포터도, 블록도, 현장도 있다. 없는 것은 비정형 환경에서 이미 돌아가 본 실시간 인지 스택이다. 웨어러블에이아이는 인천공항이라는 대규모 실내 공간에서 11대를 상용 운영하며 그 스택을 실제로 굴려 본 회사다1. 현대무벡스와 조선 4사가 산 것은 로봇 한 대가 아니라, 42개월 뒤 국내와 미국 조선소에서 돌아갈 '인지 레이어'에 대한 옵션이다. 미국 조선소 실증이 명시된 점도 가볍지 않다. 이 인지 레이어가 한 야드 전용이 아니라 이식 가능한 제품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1. 웨어러블에이아이 쪽의 베팅은 방향이 반대다. 여객 모빌리티 한 축에 머물지 않고, 산업물류라는 두 번째 시장의 진입 비용을 정부 R&D로 치르는 것이다. 다만 190억원은 과제 전체의 정부지원 규모이며, 웨어러블에이아이의 배분 몫과 실증 이후의 상용화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Escort Bot 첫 실증의 시점과 장소 과제는 국내와 미국 조선소 현장 실증을 목표로 한다1. 42개월 중 첫 12개월 안에 프로토타입이 어느 조선사 야드에 서는지가 첫 신호다. 실증 순서가 국내 먼저인지, 어느 참여사 현장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공항 터미널과 조선소 야드는 실내·실외, 보행자·특수차량이라는 점에서 조건이 다르므로, 첫 실증 결과가 이 회사의 '지도 없는 인지'가 환경을 건너뛸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첫 데이터가 된다.
  2. 인천공항 운영 규모의 변화 현재 11대가 유지되는지, 늘어나는지1. 조선소 과제와 병행하면서 여객 모빌리티 사업이 흔들리지 않는지가 두 버티컬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회사인지를 가르는 척도다.
  3. 후속 자금과 파트너 구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QUAD Ventures·NAVER D2SF·POSTECH Holdings·LG 이후 새 라운드가 붙는지5. 이번 과제와 별개로 최근 투자 라운드 정보는 공개된 것이 없다. 조선 외 다른 산업 현장이 두 번째 산업물류 고객으로 붙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웨어러블에이아이는 '지도 없는 곳에서 움직이는 인지'를 판다.
공항 다음이 조선소였다면, 조선소 다음이 어디인지가 이 회사의 두 번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