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계·공공기관의 문서는 AI 도입이 늘수록 오히려 외부로 내보내기 어려운 데이터가 된다1. 그 좁은 문 앞에서 CCK솔루션은 회계감사 조서 작성이라는 보수적인 업무에서 출발해, 고객사 소속 회계사가 국내 전체의 약 절반에 이르는 기반을 쌓았다1. 거기에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가 붙었다13. 금액과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니, 이 라운드에서 읽어야 할 것은 액수가 아니라 투자자의 직업이다1.
왜 회계 문서였나 — 가장 보수적인 업무가 가장 단단한 입구가 됐다
CCK솔루션의 출발점은 화려한 범용 AI 데모가 아니었다. 회사는 회계감사 과정에서 감사조서를 작성하고 대량의 거래 내역을 전수 검증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며 사업을 시작했다1. 틀리면 곤란한 문서, 그리고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엔 양이 너무 많은 문서. 이 두 조건이 겹치는 곳이 회계감사이고, 자동화의 가치가 가장 분명하게 측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입구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회계법인 대부분이 고객사이고, 이 고객사에 소속된 회계사는 국내 전체 회계사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1. 지난 5월에는 조달청이 개최한 2026 대한민국 AI 혁신조달 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1. 앞의 수치는 회사가 밝힌 것이고 독립 검증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뒤의 수상은 외부 기관의 평가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회계에서 쌓은 문서 처리와 검증 기술은 곧 다른 영역으로 번졌다. 엔터프라이즈 AI 전환(AX)을 내세우는 CCK솔루션(대표 조현수)은 이를 바탕으로 일반 사무와 금융 분야의 문서 자동화로 적용 범위를 넓혔고1, 지금의 주력 제품은 AI 업무 플랫폼 Noa다1. 회계라는 가장 까다로운 문서에서 검증된 엔진은, 덜 까다로운 문서로 내려갈 때 설득 비용이 낮다.
여기에 이번 투자의 맥락이 붙는다. 기업의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금융·회계와 공공기관은 문서의 정확성뿐 아니라 데이터 보관 위치와 접근 권한, 처리 환경까지 따져야 한다1. CCK솔루션이 소프트웨어에서 멈추지 않고 국산 AI 반도체와의 결합을 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1.
무엇이 다른가 — 외부 AI를 얹는 방식과 국산 AI 풀스택
이번 투자의 핵심은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와 CCK솔루션의 AI 업무 플랫폼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다1. 양사는 지난 6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산 AI 반도체와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국산 AI 풀스택 공급 방안을 검토해 왔고, 이번 전략적 투자는 그 기술 협력을 사업화 단계로 연결할 기반이 된다1. 협약에서 지분 투자로, 즉 '같이 검토해 보자'에서 '같이 가자'로 한 단계 올라선 셈이다.
| 영역 | 외부 AI를 얹는 전통 방식 | CCK솔루션 국산 AI 풀스택 |
|---|---|---|
| 데이터 처리 위치 | 문서가 외부 환경으로 나가는 구조를 감수 | 외부로 보내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하는 인프라 지향1 |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 반도체와 업무 소프트웨어를 따로 조달·조합 | 국산 NPU와 Noa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1 |
| 검증 범위 |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 의존 | 대량 거래 내역 전수 검증1 |
| 적용 도메인 | 업무마다 별도 도구 | 회계에서 일반 사무·금융 문서 자동화로 확장1 |
| 시장 범위 | 국내 단일 시장 중심의 도입 | 베트남·몽골 공공 AI 실증·협력, 싱가포르·홍콩 문서 자동화·회계 AI 확대1 |
표의 오른쪽 열에는 이미 한 일과 하려는 일이 섞여 있다. 회계 검증과 문서 자동화는 지금 쓰이는 제품이고, 국산 NPU 결합 풀스택은 외부 데이터 반출에 민감한 금융·회계·공공기관을 겨냥해 개발을 추진하는 단계다1. 구체적인 출시 일정이나 성능 수치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 라운드는 완성된 제품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결합에 대한 선투자에 가깝다.
어떻게 쌓았나 — 입구, 확장, 수직 결합의 세 단계
- 회계로 입구를 열었다 감사조서 작성과 대량 거래 내역 전수 검증이 출발점이었다1. 이 영역에서 국내 주요 회계법인 대부분이 고객사가 됐고, 소속 회계사가 국내 전체의 약 절반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1. 조달청 AI 혁신조달 대전 대상은 이 신뢰가 공공 영역의 평가에서도 확인됐다는 신호다1.
- 문서 자동화로 면적을 넓혔다 회계에서 쌓은 문서 처리와 검증 기술을 일반 사무와 금융 분야로 옮겼다1. 그 결과물이 주력 제품인 AI 업무 플랫폼 Noa다1. 공식 홈페이지는 4,000명이 넘는 고객이 쓰고 있다고 소개하지만4, 고객 구성의 상세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 반도체로 수직 결합했다 지난 6월 업무협약으로 시작한 협력이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로 이어졌다1. 목표는 국산 NPU 위에서 Noa가 돌아가는 기업용 AI 풀스택이다1. 해외에서는 베트남·몽골에서 공공 AI 실증·협력을 추진하고, 싱가포르·홍콩에서 문서 자동화·회계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1.
The Bet — 반도체 회사는 왜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했나
전략적 투자는 재무적 수익만을 겨냥한 돈이 아니다. 투자자의 제품이 팔릴 자리를 만드는 돈인 경우가 많고, 이번 건도 그 문법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리벨리온은 NPU를 만드는 회사이고1, NPU가 실제로 쓰이려면 그 위에서 일할 업무 소프트웨어와 그 소프트웨어를 이미 쓰는 고객이 필요하다. CCK솔루션은 후자를 갖고 있다.
리벨리온의 베팅은 칩 한 장이 아니라 칩이 들어갈 자리에 있다. 데이터를 밖으로 보내기 어려운 금융·회계·공공 고객이 있고1, 그 고객에게 이미 닿아 있는 소프트웨어 파트너가 있다1. CCK솔루션의 베팅은 반대 방향이다.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데이터를 밖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약속에 한계가 있으니, 국산 반도체까지 묶어야 그 약속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두 베팅이 맞물리는 지점이 국산 AI 풀스택이다1. 이는 편집부의 해석이며 양사의 공식 설명은 아니다.
물론 이 베팅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첫째, 투자 금액과 지분율이 비공개라 시장이 이 딜의 무게를 가늠할 단서가 없다1. 둘째, 풀스택은 추진 단계이며 실제 고객 환경에서 NPU 기반 구성이 어떤 성능과 비용을 내는지는 공개된 자료에 없다. 셋째, 고객사 점유율 같은 핵심 수치는 회사가 밝힌 것이다1. 반대로 말하면, 이 세 가지가 하나씩 숫자로 채워지는 순간이 이 회사의 티어가 바뀌는 순간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풀스택 첫 레퍼런스 국산 NPU와 Noa를 결합한 구성이 금융·회계·공공기관 중 어디에서 먼저 납품되는지가 가장 직접적인 신호다1. 개발 추진 단계라는 설명 외에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첫 사례의 공개 여부 자체가 지표다. 성능과 비용이 함께 공개되면 더 좋다.
- 회계 밖 고객의 비중 회계 중심의 기반이 금융과 일반 사무 문서 자동화로 얼마나 넓어지는지 본다. 공식 홈페이지가 밝힌 4,000명 이상이라는 고객 수4가 어떤 구성으로 늘어나는지, 회계 외 비중이 공개되는지가 관건이다.
- 해외 실증의 계약 전환 베트남·몽골의 공공 AI 실증·협력, 싱가포르·홍콩의 문서 자동화·회계 AI 확대가 유료 계약과 반복 매출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1. 실증은 출발선일 뿐 매출이 아니다.
다음은 그 신뢰를 국산 칩 위에 올릴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