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산업은 오랫동안 처리시설의 저울 한 대에 모든 숫자를 맡겨 왔다1. 배출과 수거, 운반은 움직이는 현장인데 무게가 확정되는 곳은 마지막 계근대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수거차량 자체를 계량 인프라로 바꾸겠다는 회사가 등장했고, 거기에 중소벤처기업부가 향후 3년간 15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붙였다1. 브이유에스(VUS)의 딥테크 팁스 선정은 정부 과제 하나가 늘었다는 뜻이 아니라, 폐기물의 측정 지점을 옮기려는 시도가 공적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왜 계근이었나 — 폐기물 데이터는 마지막에 한 번만 측정됐다
브이유에스 황윤익 대표의 발언이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그는 “폐기물 산업의 모든 데이터는 처리시설에서 한 번 측정하는 계근값에 의존해 왔다”고 말했다1. 뒤집어 읽으면 배출 현장에서 수거와 운반을 거치는 동안에는 무게가 실측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폐기물은 현장에서 차량에 실리는 순간부터 처리시설의 저울에 오르기 전까지 사실상 추정의 영역에 머문다.
회사가 이 공백의 비용으로 꼽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불법 투기, 다른 하나는 현장 행정 공수다1. 얼마나, 어떤 상태로 실렸는지가 차량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투기를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고, 배차·정산·인계서 처리에도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두 문제는 별개처럼 보이지만 ‘수거 현장에서 무게를 모른다’는 하나의 원인에서 갈라져 나온 증상이라는 것이 이 회사의 진단으로 읽힌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는 이 공백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개발 대상은 망고 라이브스케일이다. 수거차량 적재함에 카메라와 엣지 컴퓨터를 탑재해, 상차할 때 폐기물의 수량·성상·부피를 인식하고 중량을 실시간으로 산출한다1. 상용화되면 폐기물운반 차량에 탑재된 스마트 센서와 AI 비전 기술로 적재 상태와 중량을 자동 판독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1. 저울을 처리시설에서 수거차량으로 옮긴다는 것, 이것이 이 제품의 한 줄 정의다.
계량 지점이 이동하면 데이터의 성격이 달라진다. 처리시설의 계근값이 ‘도착한 뒤 확인되는 결과’라면, 상차 시점의 중량은 ‘발생하는 순간 기록되는 이벤트’다. 이 중량은 망고 플랫폼과 연동되어 배차·정산·인계서 처리까지 자동으로 이어진다1. 측정이 업무 흐름의 끝에서 시작점으로 올라오는 셈이다.
정부가 이 과제에 3년과 15억원을 건 근거를 공개된 정보 안에서 짚어 보면 세 갈래다. 핵심 원천기술이 국내 특허와 PCT 국제특허로 출원되어 있고1, 2021년 설립 이후 상용화한 운영관리 플랫폼 망고가 이미 BGF에코사이클 등 수집운반·선별처리 업체에 공급되고 있으며1, 2025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시험에서 수치로 확인된 성과가 있다1. 반면 선정 경쟁률과 운영사, 연계 민간 투자 여부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공개되지 않은 부분은 공개되지 않은 대로 둔다.
무엇이 달라지나 — 처리시설의 저울과 차량의 저울
라이브스케일이 만드는 변화는 기능 목록보다 구조에서 드러난다. 아래 표는 기존의 계근 중심 운영과 브이유에스가 제시하는 방식을 다섯 개 축으로 나눈 것이다. 오른쪽 열의 내용은 모두 회사의 설명이며, 독립적으로 검증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 둔다.
| 영역 | 계근 중심 방식 | 브이유에스 접근 |
|---|---|---|
| 중량이 확정되는 시점 | 처리시설에서 한 번 측정하는 계근값1 | 상차 시 카메라·엣지 컴퓨터가 중량을 실시간 산출1 |
| 계량 인프라의 위치 | 처리시설 | 수거차량 적재함1 |
| 데이터의 범위 | 계근값 하나에 의존1 | 수량·성상·부피를 AI 비전으로 인식1 |
| 불법 투기 대응 | 처리시설 도착 이후의 계근값에 의존 | 적재 상태와 중량을 자동 판독해 원천 차단 구상1 |
| 배차·정산·인계서 | 현장 행정 공수가 큰 구조1 | 현장 측정 중량이 배차·정산·인계서 처리까지 자동 연결1 |
표에서 가장 날카로운 행은 첫 번째다. 나머지 네 행은 모두 첫 번째 행에서 파생된다. 중량이 확정되는 시점이 앞당겨지면 식별, 대응, 행정이 한꺼번에 앞당겨진다.
다만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2025년 TTA 시험의 배차 이동거리 35.46% 절감과 계근표 AI 인식 정확도 100%는 라이브스케일의 성과가 아니다1. 이 제품은 2027년 출시 예정이므로, 해당 수치는 이미 상용화된 망고 플랫폼 단계의 것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회사 측은 자동화로 배차 업무가 7.5시간에서 15분으로 줄어든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외부 검증 결과로 확인된 수치는 아니다2. 라이브스케일의 중량 산출 정확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어떻게 확장하나 — 플랫폼에서 차량으로, 생활에서 산업으로
브이유에스의 로드맵은 새 사업을 여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깔아 둔 플랫폼 위에 센서를 얹는 방식이다. 팁스 과제는 그 마지막 구간을 채운다.
- 플랫폼으로 선점 2021년 설립 이후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전 과정을 연결하는 운영관리 플랫폼 망고(MANGO)를 상용화했고, BGF에코사이클 등 수집운반·선별처리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1. 이 설치 기반이 라이브스케일의 연동 대상이자 데이터가 흘러들 자리다.
- 상차 시점 계량, 2027년 생활폐기물 라이브스케일 1단계는 2027년 생활폐기물이다1. 적재함의 카메라와 엣지 컴퓨터가 수량·성상·부피를 인식해 중량을 산출하고, 그 값이 망고의 배차·정산·인계서 처리로 곧바로 이어진다1.
- 산업폐기물로 확장, 2029년 2단계는 2029년 산업폐기물이다1. 두 단계 사이에 2년의 간격을 둔 것은 인식 난도와 검증 시간을 감안한 설계로 읽히지만, 회사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핵심 원천기술은 국내와 PCT 국제특허로 출원되어 있어, 권리 확보는 출시보다 앞서 진행되고 있다1.
The Bet — 데이터가 처음 생기는 자리를 차지한다
팁스 선정이 말해 주는 것은 기술이 이미 완성됐다는 사실이 아니다. 완성될 경우의 파급을 정부가 3년짜리 과제로 샀다는 사실이다. 그 파급이 어디에 있는지가 이 베팅의 핵심이다.
운영관리 소프트웨어는 따라 만들 수 있지만, 상차 순간의 실측 중량이 쌓이는 차량 단위의 데이터 접점은 먼저 깔린 쪽이 유리하다. 브이유에스는 처리시설의 계근값에 의존하던 산업에서 수거차량을 계량 지점으로 바꾸고, 그 값을 이미 공급 중인 망고의 배차·정산·인계서 흐름에 곧바로 연결한다1. 이 베팅이 맞으면 브이유에스는 폐기물 운영 SaaS 가 아니라 폐기물 측정의 기준점에 가까운 위치를 얻는다. 틀리면 센서 정확도와 현장 수용성이라는 하드웨어의 문턱에서 멈춘다.
베팅의 약한 고리도 분명하다. 중량 산출 정확도, 계근 대비 오차 범위, 적재함 환경에서의 카메라와 엣지 컴퓨터 내구성은 이번 발표에 공개되지 않았다. 1단계 출시까지도 2027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1. 정부 자금은 이 불확실성의 일부를 흡수하지만 제거하지는 않는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중량 산출 오차 라이브스케일이 산출한 중량이 처리시설 계근값과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첫 번째 시험대다. 현재 공개된 수치는 없으며, 현장 실증 결과가 나온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숫자다.
- 망고의 확산 속도 라이브스케일은 망고 플랫폼과 연동될 때 의미를 갖는다1. BGF에코사이클 외에 수집운반·선별처리 고객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회사 주장대로 배차 업무가 7.5시간에서 15분으로 줄어드는 사례가 외부에서 확인되는지를 본다2.
- 2027년 1단계 일정과 특허 생활폐기물 1단계 출시 일정이 유지되는지1, 출원된 PCT 국제특허가 어떤 방향으로 권리화되는지를 본다. 일정 지연이나 정확도 공개 회피는 이 베팅의 가장 빠른 경고등이다.
그 지점이 처리시설에서 차량으로 실제로 옮겨지는지는 2027년이 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