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서 태양광이 얹힐 수 있는 자리는 오랫동안 지붕과 외벽뿐이었다. 창호가 건물 표면의 50%를 차지하는데도, 결정질 실리콘은 투명해질 수 없어 그 절반을 통째로 비워 뒀다1. 핵사에너지는 보론·탄소·질소로 이뤄진 BCN 신소재로 그 창문에서 전기를 뽑겠다고 나섰고, 누적 시드 2억원에 이어 프리시리즈A 5억원을 2026년 4분기 목표로 걸었다1. 규제가 수요를 먼저 만들어 놓은 시장에서, 아직 제품이 나오기 전인 회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따져 본다.

BCN 투명 신소재 창호 일체형 발전 코오롱글로벌 실증 2027년 3월 제품 출시
5억원 프리시리즈A 목표 · 2026년 4분기 · 누적 시드 2억원1
50% 건물 표면 중 창호 비중 · 기존 BIPV 활용 가능 면적은 30% 이하1
20% 2025년 12월부터 1,000㎡ 이상 민간 건물 재생에너지 의무 비율 · 공공 40%1

왜 '창문'이었나 — 규제는 이미 왔고, 채울 면적이 없었다

한국은 2020년부터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를 공공건물에 먼저 적용했다. 2025년 12월부터는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물도 사용 전력의 2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하고, 공공건물은 40% 기준을 받는다1. 이 기준은 착공이 아니라 건축허가 신청 시점부터 적용된다. 지금 설계 중인 신축 건물 대부분이 이미 규제 안에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1.

유럽과 일본도 비슷한 의무화를 시행 중이고, 도시 건물의 재생에너지 중 95% 이상이 태양광에 기댄다1. 문제는 그 태양광을 얹을 자리다. 시장을 지배하는 1세대 결정질 실리콘은 무겁고 딱딱해 지붕과 외벽 BIPV 에 쓰이지만, 하중 제한 탓에 그 면적조차 100% 쓰지 못한다1. 외벽형 BIPV 도 곡면이나 투명 창호는 대체하지 못한다1.

회사가 정리한 건물 표면 구성은 창호 50%, 외벽 40%, 지붕 10% 다. 이 가운데 기존 BIPV 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은 전체의 30% 이하에 그친다1. 무게를 줄인 CIGS·CdTe 같은 2세대 전지도 소재 자체가 투명해질 수 없어 창호 시장에는 답을 내지 못했다1. 규제가 요구하는 비율은 정해졌는데, 그 비율을 채울 물리적 면적이 절반 넘게 비어 있는 셈이다.

핵사에너지가 겨냥한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보론·탄소·질소로 이뤄진 BCN 신소재 기반 투명 태양전지로, 실리콘으로는 불가능한 창문 발전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다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1. 창호 50% 가 발전 면적으로 편입되는 순간, BIPV 의 가용 면적 계산은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다만 이 소재의 효율·투과율·내구성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 시점의 핵사에너지는 '면적의 논리'로 설득하는 회사이지, '수치의 논리'로 설득하는 회사는 아니다.

기존 BIPV 와 무엇이 다른가 — 다섯 가지 축

태양전지 세대 구분은 보통 효율과 무게로 이야기된다. 그런데 창호 시장에서 결정적인 축은 다르다. 투명한가, 창호 규격에 들어가는가, 그리고 건자재로 채택될 수 있는가다. 아래 표는 회사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기준으로 정리했다1.

비교 축기존 BIPV (실리콘·CIGS·CdTe)핵사에너지 BCN 창호
설치 위치지붕 10% · 외벽 40% 일부1창호 · 표면의 50%1
소재1세대 결정질 실리콘 · 2세대 CIGS·CdTe1BCN(보론·탄소·질소) 신소재1
투명성불투명 · 창호 대체 불가1투명 · 창문 자체가 발전 (회사 주장)1
실제 활용 가능 면적하중 제한·곡면 불가로 30% 이하1창호 면적을 발전 면적에 추가 (목표)1
상용화 단계상용화 완료 · 시장 지배1코오롱글로벌 창호 실증 중 · 2027년 3월 출시 목표1

표에서 가장 큰 차이는 소재가 아니라 마지막 행이다. 기존 BIPV 는 이미 상용화돼 있고, 핵사에너지는 실증 단계다. 차별점이 크다는 것과 그 차별점이 검증됐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며, 이 회사에 대한 판단은 후자가 채워지는 속도에 달려 있다.

소재에서 창문까지 — 핵사에너지가 밟는 세 단계

  1. 소재로 물리 한계를 우회한다 실리콘이 창호에서 밀려난 이유는 효율이 아니라 투명성이다. 1세대도 2세대도 소재 자체가 투명해질 수 없었다1. 핵사에너지는 보론·탄소·질소 조합의 BCN 으로 이 한계를 소재 차원에서 넘겠다고 말한다1. 기존 전지를 얇게 만드는 접근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원소 조합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이 회사의 출발점이다.
  2. 창호 회사와 실증으로 건자재가 된다 창호는 소재로 팔리지 않고 건자재로 팔린다. 건설사와 창호 제조사의 사양서에 들어가야 비로소 매출이 된다. 핵사에너지는 코오롱글로벌과 창호 실증을 진행 중이다1. 실증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재 스타트업이 창호 유통망을 가진 파트너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첫 번째 시장 신호다.
  3. 프리시리즈A 로 출시까지 잇는다 누적 시드 2억원을 유치했고, 프리시리즈A 5억원을 2026년 4분기까지 목표로 잡았다1. 제품 출시 목표는 2027년 3월이다1. 이번 5억원은 실증 종료와 첫 제품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자금이며, 투자자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실리콘은 못 하는 창문 발전, BCN 신소재로 세계 최초로 구현한다."1 — 핵사에너지, 와우투게더 인터뷰

The Bet — 규제가 만든 수요, 아무도 세지 않던 면적

The Bet

이 베팅의 논리는 단순하다. 재생에너지 의무 비율은 법으로 정해졌고, 건축허가 시점부터 적용돼 유예가 없다1. 그런데 그 비율을 채울 물리적 면적은 기존 기술로 30% 이하밖에 못 쓴다1. 남은 창호 50%는 실리콘도 CIGS 도 CdTe 도 건드리지 못하는 자리다1. 이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소재가 하나라도 검증되면, 그 소재는 규제가 강제하는 수요를 경쟁 없이 흡수한다. 핵사에너지에 돈을 넣는 투자자는 BCN 의 효율 자체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창문이라는 면적이 열리는 순간의 선점에 베팅하는 것이다.

다만 이 베팅에는 세 가지 미검증 전제가 깔려 있다. 첫째, BCN 투명 태양전지가 실제 창호 규격에서 의미 있는 발전량을 내는지는 공개된 수치가 없다. 둘째, 코오롱글로벌 실증이 채택으로 이어질지는 실증 결과에 달려 있다1. 셋째, 프리시리즈A 5억원은 아직 목표 단계이며 리드 투자자가 공개되지 않았다1. 소재 딥테크의 양산 전환 비용을 감안하면 5억원은 출시까지의 브릿지이지, 양산 자금은 아니다.

그래서 이 회사를 읽는 방법은 '세계 최초'라는 문구가 아니라, 규제 시계와 실증 시계가 맞물리는지를 보는 것이다. 2025년 12월에 시작된 민간 건물 의무화와 2027년 3월 출시 목표 사이의 시간이 핵사에너지가 쓸 수 있는 전부다1. 그 안에 실증이 수치로, 수치가 사양서로 바뀌지 않으면 창호 50% 는 다시 비어 있는 면적으로 남는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프리시리즈A 5억원 클로징 목표 시점은 2026년 4분기다1. 금액만큼 중요한 것은 누가 리드하느냐다. 건자재·건설 쪽 전략 투자자가 들어오면 실증이 채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장이 먼저 읽은 것이고, 재무 투자자만 들어오면 여전히 소재 단계 베팅이다.
  2. 코오롱글로벌 실증 데이터 공개 진행 중인 창호 실증의 결과가 효율·투과율·내구성 수치로 공개되는지가 두 번째 지표다1. '세계 최초' 주장이 검증 가능한 문장으로 바뀌는 첫 순간이며, 이 수치가 없으면 다음 라운드 논리도 서지 않는다.
  3. 2027년 3월 출시 준비의 실체 출시 목표까지 남은 시간 안에 양산 파트너, 건자재 인증, 첫 적용 건물이 하나라도 이름으로 등장하는지를 본다1. 건축허가 시점부터 규제가 적용되는 구조라 지금 설계 중인 건물이 곧 잠재 고객이고1, 그중 하나라도 사양서에 BCN 창호를 넣는 순간 이 회사의 티어가 바뀐다.
결국 핵사에너지는 건물 표면의 절반, 아무도 발전 면적으로 세지 않던 창문을 판다.
그 창문이 실증실을 나와 건축허가 도면에 들어가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