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설계실은 데이터가 가장 많이 쌓이는 곳이면서, 동시에 가장 꺼내 쓰기 어려운 곳이었다. 설계 표준과 사양 구성도가 시스템마다 흩어져 있어, 실무자는 기준 하나를 확인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치러 왔다1. 그 병목에 Agentic AI 를 밀어 넣어 설계자가 자연어로 묻고 과거 유사 사례를 즉시 받게 하겠다는 회사가 나왔고,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가 총사업비 26억원, 2년짜리 공동개발 테이블에 그 회사와 마주 앉았다1. 몬드리안에이아이 이야기다.
왜 설계 데이터였나 — 제조 AI 가 가장 늦게 닿은 방
제조 현장의 AI 는 대체로 라인에서 시작했다. 불량 검출, 설비 예지보전, 공정 최적화처럼 센서가 숫자를 뱉는 곳이 먼저였다. 설계실은 달랐다. 설계 기준, 제품 사양, 품질 이력은 문서와 도면, 시스템 기록의 형태로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그 데이터를 검색하고 활용하는 일 자체가 실무자의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는 구조였다1. 데이터는 많은데, 질문에 답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이 병목이 모빌리티 부품사에서 유독 비싼 이유가 있다. 과제 이름이 '글로벌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 로 시작하는 것1은 우연이 아니다. 부품사는 완성차의 사양 요구에 맞춰 설계를 반복하고, 그때마다 기존 기준과 과거 품질 이력을 다시 꺼내 확인해야 한다. 이 확인 작업이 시스템 여러 개에 걸쳐 수동으로 이뤄지는 한, 설계 리드타임은 사람의 검색 속도에 묶인다. 몬드리안에이아이가 겨냥한 것은 모델의 정확도 이전에 이 검색 구조 자체다.
몬드리안에이아이가 이번 과제에서 잡은 핵심 목표는 한 줄이다. 제조기업의 '설계 업무 효율성 극대화'1. 방법은 두 층이다. 먼저 분산된 설계 데이터를 AI 가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지식 기반 데이터' 로 구조화하고, 그 위에 설계자가 일상 언어로 질문하면 필요한 정보와 과거 유사 사례를 즉시 찾아주는 '설계 특화 AI 서비스' 를 얹는다1. 모델을 파는 게 아니라, 설계실이 쌓아 둔 문서를 질문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순서가 데이터 먼저, 에이전트 다음인 이유다.
'에이전틱'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지점도 짚을 필요가 있다. 검색형 AI 는 질문에 문서를 돌려주고 끝난다. 에이전트는 그 문서를 근거로 다음 작업, 즉 문서 초안을 만들고 사내 시스템에 결과를 넘기는 데까지 간다. 이번 과제의 2차년도가 정확히 그 구간이다. AI 에이전트 기술 고도화, 문서 자동 생성, 사내 시스템 연동이 2차년도 목표로 명시돼 있다1. 과제 이름에 '검색' 이 아니라 '설계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그래서다1.
파트너의 무게도 다르다. 상대는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다1. 사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부품사의 설계 데이터는 완성차 사양과 품질 이력이 얽힌 민감한 자산이다. 그 데이터를 외부 AI 기업에 열어 2년간 함께 구조화하겠다는 결정은, 몇 주짜리 개념 검증이 아니라 실무 시스템으로 쓰겠다는 의사에 가깝다. 글로벌 100대 부품사가 설계실 문을 열어 준 것 자체가 이번 발표의 가장 큰 숫자다.
전통 설계실 vs 에이전틱 설계실 — 무엇이 바뀌나
| 업무 영역 | 전통 설계실 | 몬드리안에이아이 설계 AI |
|---|---|---|
| 설계 기준·표준 검색 | 여러 시스템에 산재, 실무자가 직접 탐색 | 지식 기반 데이터로 통합, 자연어 질의 |
| 과거 유사 사례 활용 | 담당자가 이력을 시스템별로 뒤져야 함 | 질문 즉시 유사 사례 제시 |
| 설계 문서 작성 | 설계자가 수작업으로 작성 | 2차년도 문서 자동 생성 |
| 사내 시스템 연계 | 시스템별 분절, 수동 전환 | 2차년도 사내 시스템 연동 |
| 확산 경로 | 부서·법인마다 개별 구축 | 현장 실증 후 유사 제조 분야로 확산 |
표의 오른쪽 열 가운데 절반은 아직 로드맵이다. 문서 자동 생성과 사내 시스템 연동은 2차년도 과제이고, 현장 실증도 그 뒤에 온다1. 그래서 이번 발표를 읽는 올바른 방법은 '완성된 제품' 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화의 순서' 를 보는 것이다. 1차년도에 정제 대상으로 못 박은 세 가지, 설계 기준·제품 사양·품질 이력1이 그 순서다.
이 세 데이터는 설계 판단의 입력과 출력이자 사후 검증이다. 기준이 있어야 사양이 정해지고, 사양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품질 이력에 남는다. 세 축을 한 지식 체계로 묶으면 "이 사양은 과거 어떤 품질 문제를 냈나" 같은 질문이 처음으로 한 번에 가능해진다. 흩어진 시스템을 각각 뒤져야 했던 실무자에게는 검색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던질 수 있는 질문의 종류가 바뀌는 변화다.
'지식 기반 데이터' 라는 표현도 그냥 지나칠 말이 아니다. 문서를 통째로 검색 인덱스에 넣는 것과, 설계 기준·사양·품질 이력을 서로 참조 가능한 구조로 정제하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전자는 빠르지만, 후자는 1차년도 전체를 쓴다1. 에이전트가 '이 사양의 근거 기준은 무엇이고, 같은 기준을 쓴 과거 제품의 품질 이력은 어땠나' 를 한 번에 답하려면 데이터가 문서가 아니라 관계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 이 정제 작업이 곧 이번 사업의 진입 장벽이고, 파트너가 2년을 배정한 이유다.
확산 경로도 표의 마지막 행에 넣었다. 전통적인 제조 IT 는 부서와 법인마다 따로 구축되고 따로 낡는다. 이번 과제는 자동차 부품사 한 곳의 현장 실증을 거친 뒤 유사 제조 분야로 확산을 추진한다고 못 박았다1. 파트너 한 곳의 설계실이 레퍼런스가 되고, 그 지식 구조화 방식이 다른 제조사에 이식되는 그림이다. 몬드리안에이아이가 이미 제조 AI MonPlant 를 별도 제품으로 두고 있다는 점4은, 이 확산이 한 회사 맞춤 개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년의 순서 — 데이터가 먼저, 에이전트는 그다음
사업이 2년으로 짜인 이유는 로드맵을 보면 분명하다. 데이터 정제에 1년을 통째로 쓰고, 에이전트는 그 위에 얹는다1. 순서를 거꾸로 하면 데모는 빨리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답이 틀리기 시작한다.
- 1차년도, 핵심 데이터 정제·구조화 설계 기준, 제품 사양, 품질 이력을 정제해 AI 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지식 기반 데이터로 만든다1. 눈에 띄는 데모가 나올 단계는 아니지만, 이 단계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느 깊이까지 묶었는지가 2차년도 에이전트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의 범위를 정한다.
- 2차년도, 에이전트 고도화와 시스템 연동 AI 에이전트 기술을 고도화하고, 문서 자동 생성과 사내 시스템 연동을 완료한다1. 설계자가 질문만 던지던 단계에서, 에이전트가 문서 초안을 만들고 기존 시스템에 결과를 흘려보내는 단계로 넘어간다. '의사결정 지원' 이라는 이름값이 검증되는 구간이다.
- 현장 실증, 그리고 확산 실제 업무 현장에서 실증을 거친 뒤 유사 제조 분야로 확산을 추진한다1. 자동차 부품 설계에서 검증된 지식 구조화 방식이 다른 제조사의 설계실에도 이식되는지가 이 사업의 진짜 성적표다. 파트너 한 곳의 성공은 프로젝트고, 두 번째부터가 상품이다.
The Bet — 왜 글로벌 부품사는 이 회사를 골랐나
설계 데이터를 외부에 여는 회사가 확인하는 것은 세 가지다. 이 회사가 제조 현장을 아는가, 데이터를 맡겨도 되는가, 에이전트를 실제로 굴려 봤는가. 몬드리안에이아이는 홈페이지 기준 120여 개 고객사와 20여 개 글로벌 파트너를 두고 AI 클라우드·AI 인프라·AI 플랫폼 3개 영역을 운영하며, 제조 AI MonPlant 와 자율형 AI 에이전트 플랫폼 Runyour Agent 를 보유하고 있다4. 착수 발표와 같은 7월에는 국제 표준 정보보호 인증 ISO 27001 을 획득했다3. 부품사가 산 것은 특정 모델이 아니라, 민감한 설계 데이터를 구조화해 에이전트로 굴릴 수 있는 스택과 그 데이터를 지킬 수 있다는 증빙의 조합이다.
세 사업 영역을 함께 쥐고 있다는 점은 이런 과제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 설계 데이터처럼 반출이 까다로운 자산을 다룰 때, 파트너는 모델뿐 아니라 데이터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돌릴지를 한 회사와 정리하고 싶어 한다. 클라우드·인프라·플랫폼을 한 손에 가진 공급자4는 그 협의를 단순하게 만든다. ISO 27001 은 그 협의의 전제 조건에 가깝다3.
트랙레코드의 폭도 읽힌다. 몬드리안에이아이는 특정 산업 한 곳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의 디지털 전환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여 왔고1, 홈페이지에 밝힌 120여 개 고객사와 20여 개 글로벌 파트너4가 그 결과다. 제조 AI MonPlant 가 별도 제품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제조 도메인 데이터를 이미 다뤄 봤다는 뜻이고, Runyour Agent 는 이번 과제의 2차년도 에이전트 고도화가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4. 부품사 입장에서 이 조합은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근거가 된다.
베팅에 후속 신호도 붙었다. 착수 발표 한 달 뒤인 2026년 8월, 몬드리안에이아이는 해군 함정의 'AI 일지 자동작성' 사업을 수주했다2. 자동차 부품사에서는 설계 문서, 해군에서는 함정 일지다. 도메인은 다르지만 '현장의 기록을 AI 가 대신 쓰게 한다' 는 문제 정의는 같다. 한 달 간격으로 민간 제조와 국방에서 같은 유형의 과제를 따냈다는 것은, 문서 자동 생성이 일회성 기능이 아니라 이 회사의 반복 가능한 상품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공백도 분명하다. 파트너사의 이름과 총사업비 26억원의 재원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고1, 실증 성과가 나오는 시점은 2차년도 이후다. 설계 AI 가 실무자의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보여 주는 정량 지표는 아직 없다. 이 회사에 대한 판단은 지금은 파트너의 무게로, 12개월 뒤에는 데이터 구조화의 완성도로 갈릴 것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1차년도 데이터 구조화의 범위 설계 기준·제품 사양·품질 이력 세 축이 실제로 하나의 지식 기반 데이터로 묶였는지1. 이 범위가 좁으면 2차년도 에이전트는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적어지고, '의사결정 지원' 은 검색 도구에 머문다.
- 유사 제조 분야의 두 번째 고객 사업 계획은 현장 실증 후 유사 제조 분야로 확산을 명시했다1. 자동차 부품 외 제조사에서 같은 구조의 설계 AI 계약이 나오는지가 재현성의 첫 증거다. 계획상 확산은 실증 이후라 12개월 안에 계약이 찍히지 않을 수 있지만, 두 번째 파트너를 찾는 움직임은 그 전에 드러난다.
- 프로젝트에서 플랫폼으로의 전환 이번 과제의 산출물이 Runyour Agent 등 기존 플랫폼4에 제품 기능으로 흡수되는지. 26억원짜리 수주 한 건이 아니라 반복 판매 가능한 설계 에이전트 라인업으로 이어져야 티어가 바뀐다.
글로벌 부품사가 그 손을 먼저 잡았고, 다음은 두 번째 제조사다.



